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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태국-캄보디아-라오스)





7편. 종착역




경로 (총 31일/2015년 3월 2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 4월 1일 밤 비행기로 돌아옴)

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


인천 공항 - 방콕 수완나폼 공항 (뱅기) - 카오산로드 (택시) - 캄보디아 국경 뽀이펫 (카지노 버스) - 엠립 (택시) - 씨아누크빌 (심야버스) - 라오스 비엔티엔 (프놈펜에서 뱅기) - 방비엥 (버스) - 루앙프라방 (밴) - 루앙남타 (버스) - 라오스 국경 훼이싸이 (로컬버스) - 태국 국경 치앙콩 (국경버스) - 치앙라이 (로컬버스) - 치앙마이 (버스) - 방콕 (심야버스) - 수완나폼 공항 (지하철) - 인천 






여유 있게 치앙마이에 도착한 건 좋았는데,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조금 되나 봐.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썽태우 타기 전에 흥정부터 하라고 하대?

보통 40에서 50바트면 가나 봐. 근데 잡는 족족 보통 70에서 80바트는 부르더라구.

몇 대 보내다 보니까 오기가 생겨서 그깟 20~30바트 또 아끼겠다고 한 10대는 더 잡았나 봐. 하늘도 감동하셨는지 40바트에 흥정 성공해서 타페게이트에 도착했지. (알고 보니 이것도 비싼 가격 ㅠㅠ)


근데 여기도 숙소를 안정해서, 돌아다녀야 되는데 치앙라이에 비하면 여기는 대도시야.

배낭 메고 돌아다니려니 너무 힘들어서 몇 군데 다니다가 우선 적당한데 하루 묵기로 했지.

하지만, 방도 좁고 사실 숙소라기보다 무슨 현지인 집에 잠깐 묵었다 가는 느낌인 거야.

내일은 숙소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일단 밖으로 나와서 그 근처 일대는 저녁까지 샅샅이 훑었나 봐.

시설과 가격이 모두 만족돼야 하니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구.

지금 생각하면 뭐 그렇게까지 골랐나 싶기도 하지만, 고생해서 고르는 맛이 또 있어.


아무튼 고생 끝에 타페게이트에서도 가까운 곳을 찾아냈지. 물론 선풍기룸이고 그 흔한 어메너티 하나 없지만, 그때 치앙마이 날씨는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고 방도 무척 컸어. 1박에 300바트라 마음에 들었지. 



잠깐만?

첫날은 방 찾느라 그냥 지나갔다 쳐도, 오늘도 그냥 보낼 순 없고 어딜 가봐야 되나?

가장 유명하다는 도이수텝을 가기로 결정하고 동배에서 동행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다녀오셨다는 그분.

오토바이를 몰면 좋겠지만, 난 사실 오토바이는 못타. 이상하게 스쿠터도 겁나더라고.

그래서 가는 방법을 찾아본 뒤 느지막이 썽태우 타고 출발.

한참 가니까 도이수텝 올라가는 초입부(?) 같은 곳에 내려주고, 거기서 왕복편을 끊는 거 같은데.

써져있는 가격이랑 요구하는 가격이랑 다른 거야. 의아해하는 순간 몇 명은 그냥 더 주고 탔고, 난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다른 가격에 격분한 중국 처녀가 막 따지더라고.

얼떨결에 나하고 한 커플이 그냥 거기 의자에서 기다리게 됐지. 

마냥 기다리다 보니 어딘가 저 밑에서부터 막 올라가는 차가 있는데, 가격이 맞았는지 다들 뛰는 거야. 나도 냅다 뛰었지. 가까스로 뒤에 올라탔어. 휴. 드디어 가긴 가는구나.


올라가서 표를 끊었어. 당연히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거지. 걸어서는 이제 못 가겠어. 힘들어.

도이수텝을 처음 영접했는데,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자태에 눈길이 조금 끌렸지. 

'흠... 뭐 봐줄 만하네' 

적당히 사진도 찍어가면서 보다가 바깥을 쳐다보니 치앙마이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탁 트인 전경에 바람까지 불어오니 덥고 지쳤던 심신이 조금은 회복되는듯해. (+50 체력 획득)




(황금빛 도이수텝-햇빛을 받으면 더욱 눈부시다)



(소년?스님들-정말 소년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치앙마이 시내-오른편에 치앙마이 공항 활주로가 보인다)



(내려가는길인데 괜히 한번 찍어봄)




이미 도이수텝을 보셨다는 그분이 또 연락을 해오셨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놀랍게도 두 분 중 한 분은 나보다 누나야. 게다가 그 누나는 직접 오토바이 몰고 다니신다니 엄지 척.

아무튼 미리 점찍어놓았다는 맛집을 들어갔어. 분위기는 좋은데, 도대체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영어로 쓰여있는 거 보고 적당히 몇 가지 시켰는데, 솔직히 한두 가지 빼놓고 못 먹겠더라고. 두 분도 쿨하게 인정. 

2차로 '노스게이트' 째즈 펍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바로 앞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었지. 엄청난 연주력은 아니었지만 날것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아. 다른 손님들 다 갈 때까지 듣다가 11시가 넘어서야 각자 숙소로 들어갔어.




(노스게이트 재즈 연주자들-바로 코앞이라 진짜 생라이브다)




다음날은 그냥 괜히 님만해민으로 갔어. 좋다는 얘기만 듣고 구경삼아 갔지.

거리는 구획정리도 잘되어있고 깨끗하고 가게들도 새로 생긴 것들이라 마치 분당의 카페골목 정도를 연상케 하지만,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야. 여자들은 좋아할 것 같지만, 난 그냥 구시가지가 나은 거 같아. 

도이창 커피 한잔 마시고 동네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왔어. 다시 내 구역으로 돌아온 느낌이라 편안해. 골목에서 40바트짜리 볶음밥 사 먹고 지나가는데 어제 그 누나가 보여서 갔더니, 거기가 숙소래. 같이 있는 아는 동생도 같이 나와서 수다 좀 떨었지. 

뭐 딱히 약속도 없던 터라 저녁때 다시 만나 한잔 시작. 우선 간단히 배도 채우고 맥주로 예열을 하고, 2차로 'Roots Rock Reggae'로 입장.

여기도 라이브로 연주를 해주는데 브라스밴드라 사운드가 꽤 괜찮아. 어제 만난 누나와 동생이라 조금 서먹하긴 했는데, 연주에 맞춰 다들 신나게 춤을 추고 나니 어색함도 사라졌어.




(님만해민 길거리-차분하고 깔끔한 느낌)



(구시가지 골목길 식당에서 먹은 볶음밥-40바트)



(루츠 롹 레게 연주 모습 - 완전 신남)







(마지막날 치앙마이시내 나의 이동경로 - 무지하게 걸었음)




이튿날 그 누나와 동생은 방콕으로 출발했지만, 난 슬리핑버스라서 저녁까지 시간을 때워야 돼.

가방은 숙소에 맡겨놓고 지도를 봤더니 오른쪽에 크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길래, 무작정 그쪽 방향으로 걸었지. 날은 더운데다 생각보다 꽤 멀어.

시장 근처에서 국수 삶는 아가씨가 예뻐서 아무 데나 들어가서 쌀국수를 먹었는데 맛이 제대로야. 

절대 예뻐서가 아냐.




(예쁜처자네 쌀국수 - 딱봐도 맛있게 생겼잖아?)




딱히 뭘 살 것도 아니지만 시장 건물과 그 둘레를 샅샅이 훑어보고, (사실 시간 때우려고) 더우니까 커피 한잔 마시고 남문 쪽으로 이동했어. 주말에만 서는 시장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

또 걸어갔어. 괜히. 다리 부러지는 줄 알았어.




(톤람야이 마켓 - 아마 이런 내부를 가진 시장을 많이 만나게될것임)





여기는 확실히 관광객들이 많아. 망고주스 하나 사들고 또 열심히 구경했지. 아무래도 관광객들 상대하다 보니 살만한 것들이 좀 보이더라고. 나도 코코넛 오일을 어설픈 흥정 끝에 2개 구입하고서는 남문을 통해 숙소 쪽으로 가는데 인간적으로 도저히 못 걷겠어.


땀도 식힐 겸 적당한 곳에서 마사지를 받아줬지. 그냥 기본 발마사지고 200바트짜리지만, 역시 태국에선 마사지가 진리야. 심하게 더러워진 발을 씻겨주고 열심히 주물러주는 아주머니가 너무 감사했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 - 벌써 해는 지고 있다)




대충 저녁을 먹고 슬슬 터미널로 이동했더니, 방콕으로 가는 버스 회사가 너무 많아. 

고민 끝에 그냥 로고가 마음에 드는 회사로 선택했어. 다 거기서 거기인 거 같더라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로 올랐는데 2층 버스고 난 2층의 맨 앞이야. 밤길을 달리는데 조금 무섭더라고. 그리고 나눠준 이불이 무색할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대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아침 일찍 도착해서 미리 방콕에 왔다는 S군의 연락으로 일단 에키마이역으로 갔지. 같이 아침을 먹고 난 조금 더 저렴한 숙소를 검색해서 찾아갔어. 1박에 600바트 정도길래 어설픈 흥정의 기술을 시전하려고 했더니, 웬걸? 오히려 아고다나 부킹닷컴보다 더 비싸. 죽어도 안 깎아준대. 

"아고다에서 600바트인데 왜 더 비싸요?" 라고 했더니, 그럼 거기서 예약하래.

어이가 없지만, 이대로 물러나서 다른 숙소를 찾기엔 내가 너무 힘들었어. 결국 보는 앞에서 3박을 예약하고 겨우 방에 들어갈 수 있었지.


썩 좋은 방은 아니지만, 그 흔한 조식도 없지만, 그런대로 지낼만한 거 같아. 

S군과 좀 놀아줄까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어. S군은 이미 현지 아낙네와 약속이 있다더군.

부러운 녀석 (씁쓸)


난 한참을 쉰 후 오후 늦게 짜뚜짝으로 향했지. 모칫역에서 내리면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 그냥 따라가면 돼.

빽빽하게 들어선 가게들과 그 사이사이를 오가며 구경하는데, 이것 저것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문제는 나중에 사야지하고 돌아섰다가는 '메이즈러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엄청난 미로를 경험하게 될 거야. 

난 여기서 운동화 2켤레와 가방을 하나 사고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했지. 




(짜뚜짝시장 - 미로를 빠져나온 후의 조금 큰 길거리)



(짜뚜짝시장 저녁 풍경 - 이제 슬슬 닫는 가게들이 생긴다)




저녁때가 되니 나를 방비엥에서 그렇게 물에 빠트려댔던 L군한테 연락이 왔어. 방콕에 도착했는데 어디냐고, 그래서 내가 있는 숙소를 알려줬더니 바로 예약하고 왔더라고. 오랜만에 해후도 할 겸 맥주 마시러 아속 역으로 갔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서로 무용담처럼 쏟아내며 취하도록 생맥주를 들이켜댔지. 


다음날은 S군까지 합세해서 미리 장을 보러 갔어. 경쟁하듯이 벤또와 각종 주전부리, 커피 등 먹을 것과 치약, 비누 등 생필품, 그리고 호랑이연고 등의 약품까지 잔뜩 사고서는 배낭에 다 넣을 수 있느냐를 고민했지. 

저녁때 L군을 공항으로 보내고 치앙마이에서 열심히 같이 놀았던 그 누나+동생 조합, 그리고 S군과 '색소폰'을 가기로 했어.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저녁도 먹을 겸 좀 일찍 갔지. 근처에 노천식당이 있는데 일단 앉아서 대충 손짓 눈짓으로 시켰더니, 뭔가 시커먼 걸 갖고 왔어.

대충 우리나라로 치면 선지해장국에 떡 비슷한 것을 넣은 건데 비주얼과 달리 맛은 진짜 좋았어. 다시 간다면 또 먹으러 갈 의사가 있을 정도. 




(문제의 그 음식 - 살짝 시큼하면서 국물맛이 진하다)




드디어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색소폰에 입성했는데, 연주자들 바로 앞자리들은 이미 만석.

그래서 우리는 2층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켰지.

연주자들이 돌아가면서 곡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고 잼(즉흥연주)도 하는데, 실력이 장난이 아냐.

맥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멋진 연주를 실컷 들을 수 있어서 신났지.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쉬울 정도야.




(생맥주를 시키면 이런 색소폰 모양의 잔에 준다)



(2층에서 바라본 모습 - 연주 실력이 상당하다)




(스티비원더의 'Superstitious'연주 - 깔끔한 사운드가 듣고싶다면 바로 여기)




다음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씨암까지 가면서 커 보이는 쇼핑몰은 다 들어가 봤어. 덥기도 했고, 우리 나름의 시간 때우기였던 거 같아. 밥 먹고 커피 한잔하고 핸드폰 보고 정말 하릴없이 하루를 그냥 보냈어. 저녁때 또 S군을 공항으로 보내고 난 맥주나 사들고 들어와서 하루를 마무리했지.


이제 오늘은 나도 출국을 해야 하는 날이야. 동배에서 얻은 정보대로 씨암파라곤에 있는 고메마켓에다 배낭을 맡기고 '짐 톰슨'의 집 구경을 갔지. 나름 입장료에 가이드까지 있길래 영어 가이드 신청을 하고 본전을 뽑으리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구경을 했지. (물론 다 알아듣는 건 아냐. 오해금지)

집을 참 신기하게 지은 거 같아. 요리조리 미로같은 구조에 중간중간 정원과 연못이 있고, 바로 옆으로는 쎈쎕운하가 있어서 수상버스가 지나다니는 진기한 광경까지. 




(짐 톰슨의 집 입구 - 비슷한 사원같은것에 지쳤다면 더위도 식힐겸 가볼만하다)




씨암파라곤 푸드코트에 가서 마지막 저녁으로 쌀국수를 먹었는데, 색깔이 오묘하지만 맛은 괜찮아. 상당히 조미료틱한 자극적인 맛이지만 그런대로 맛있었어.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공항 가서 기다리기로하고 BTS타고 가다가 파야타이에서 갈아타고 갔어. 저렴하고 시원하니 아주 탈만해. 




(반할만한 색깔의 쌀국수 - 맛은 먹어봐야 압니다)




발권을 끝내고 앉아있자니 31일간의 여행들이 머릿속을 막 스쳐가긴 하더라. (벌써 울컥)

처음엔 혼자라는 것이 굉장히 두렵고 겁나기도 하면서 약간의 설렘도 있었지. 

 

'과연 내가 혼자 여행을, 그것도 1달이라는 기간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아마도 모든 혼여행자들의 고민이겠지. 특히나 처음엔 말야.

다들 물어보더라고. 

자 여행 다녀오니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느냐. 뭔가 깨닫는 게 있느냐. 기타 등등.


글쎄, 

장황하게 뭔가를 느끼고 깨달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인 것 같고, 나와 동행했던 친구들도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는 있어.


'혼자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언젠가는 또 혼자서 떠나겠지. 그때도 또 두렵고 겁나겠지만,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주저하진 않을 것 같아. 아직도 떠나길 주저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뿐이잖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번 떠나보시게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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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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