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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태국-캄보디아-라오스)





6편. 이별




경로 (총 31일/2015년 3월 2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 4월 1일 밤 비행기로 돌아옴)

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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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불 꺼진 건물 두어 채와 옅은 빛이 새어 나오는 화장실이 전부였어.

너무 추워서 일단 바람막이 잠바를 꺼내 입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 지도를 보니 루앙남타가 맞긴 맞더군. 시내까지 방향은 대충 알겠는데 어느 정도나 걸릴지 가늠이 안되는 거야. 그래도 다른방도가 없잖아.

일단 걸었지. 간간히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들 빼고는 정말 아무도 없는 길이야. 

한참을 걷다 보니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어. 왼편으로는 아마도 지금은 폐쇄된(?) 공항이 보이는데 불은 다 꺼져있어. 오른편으로 집이 하나 보이길래 그냥 마당에 주저앉아서 일단 좀 쉬었지.





동네 주민들이 하나 둘 지나가면서 우리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가는데, 점점 사람도 늘어나고 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거야. 지도를 보니까 아마 새벽시장이 열리는거 같아서 우리도 잽싸게 따라가 봤지. 

넓고 어두운 건물 안에 조명이 거의 없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좌판을 펴놓고 각종 채소나 나물, 고기 등을 사고파는 거야. 그 안에 배낭을 멘 어리바리한 외국인의 모습이라니. 아마 서로가 신기한 듯이 쳐다봤겠지.






구경을 마치고 또 걷기를 1시간 반 정도? 드디어 시내의 모습이 드러나고 일단 아무 호텔이나 들어갔지. 

그때 시간이 한 7시 조금 넘었을 거야. 다행히도 바로 체크인을 해준다기에 흥정도 없이 바로 결제했어. 사실 10만킵밖에 안 해서 흥정을 안 했는지도 모르겠어. 아니. 너무 피곤했나 봐.


들어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둘 다 그대로 퍼질러졌는데 일어나니까 11시더라고. 

그제서야 슬슬 씻고 밥을 먹으러 나갔지. 동네가 작아서 돌아다녀볼 것도 없이 적당한 식당에서 볶음밥으로 때우고, 자전거를 빌렸어. 

자전거를 타고 멀리 앞쪽으로 보이는 산까지 갔다가 시장까지 둘러보고, 길거리에서 만킵짜리 달달한 아이스커피 한잔 사 먹으니 너무 좋아.






저녁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친구와 내일 출발할 버스표를 끊고, (그 친구는 치앙마이로, 나는 치앙라이, P군은 이곳에 남아 트레킹) 근처 조그마한 야시장에서 돼지고기 바베큐와 음식 몇 가지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셨지. 꽤나 유쾌한 시간이었지만 내일이면 P군과 떨어져 혼자 가야 하니 왠지 연인과 잠깐이나마 이별하는 느낌이랄까?






아침에 P군의 배웅을 받으면서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툭툭이에 올라탔어. 어제 그 친구도 물론이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표를 확인하고 기다리라고 하는데 이건 뭐 함흥차사야. 언제 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어. 먼저 중국으로 넘어가는 버스가 출발했고,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나니 드디어 타라는데. 

잘 가겠나 싶은 다 낡은 버스에 올라타고 산을 하나 넘고 약 4시간 정도 가니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 기다렸다는 듯이 툭툭이 기사들이 달려드는데 현지인들 돈 내는거 보고 나도 따라서 올라탔지.

또 조금을 가니까 훼이싸이 국경이야. 거기서 내려서 입국카드를 대충 쓰고 거기서 다시 치앙콩 국경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또 대기. 

나는 훼이싸이까지만 오는 버스표를 끊었기에 계속 남들 하는 대로 하고 있지만, 치앙마이로 가는 친구는 아예 통으로 끊었는데 인솔자가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상황.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일단은 나처럼 버스표 끊고 대기해야지.






40여분을 기다리니 버스에 타라더군. 타고서 역시 치앙콩 국경까지는 금방이야. 대충 입국심사인지 뭔지 모를것을 하고 나오니 택시 비슷한 것들이 손님들을 마구 태우더라고. 

그 친구는 다행히도 여기서 치앙마이로 데려갈 기사가 마중 나와 있어서 그 차를 타고 떠났고, 난 치앙라이로 간다고 얘기했더니 무조건 타라더군. 일단 나가는 비용은 50바트야.


길거리에서 내려주면서 건너편에서 타라길래 갔더니 완전 로컬버스야. 안에 안내양 같은 차장 언니가 요금을 걷으러 다녀. 저렴은 한데, 난 지금 벌써 지쳐있고, 덥고, 배고프고, 미치겠는데 버스는 또 어찌나 느린지. 






가까스로 치앙라이에 도착하니까 벌써 4시도 넘었나 봐. 

먼저 계속 치고 나갔던 L군, S군, K양이 추천한 치앙라이 호텔로 가서 그 덥고 지치는 와중에도 조식을 얻어내는 흥정을 하고 난 뒤에야 숙소에 입성했어.

나로서는 가장 비싼 숙소였지만 뭐 며칠쯤은 괜찮잖아. 


얼마냐구? 

1박에 600바트씩. 총 3박을 하기로 했지.


동네 탐방은 우선 처음에 할 일이지. 황금 시계탑을 중심으로 몇몇 사원들이 있고, 위쪽으로는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있어. 밑쪽으로 버스터미널이 있고, 중앙에 야시장이 열려. 

야시장 가장 중앙에 있는 식당에서 스테이크에 싱하 생맥주 시켜놓고 앞쪽에서 펼쳐지는 간단한 공연도 보는 호사도 누렸지.






남들 다 가는 곳은 또 가봐야겠기에, 과감하게 1000바트짜리 일일투어를 신청했어.

이튿날 아침에 픽업 밴 타고 출발. 총 7~8명쯤 됐는데 그 중 조금 마음에 들었던 모로코 처자와 사진을 찍었지. 이스라엘 총각이 자꾸 껴들어서 은근 신경 쓰였지만 말야.





화이트템플과 블랙템플을 둘러보고, 크렌족 (롱넥) 마을 구경을 했어. 사진에서만 보다가 직접 보면 무척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어 보여서 안쓰럽기도 해. 

추이퐁이라는 녹차밭에 갔다가 일하시는 부모님 따라 나온 아이들과 사진 한 장 찍는데, 뒤에 업힌 녀석이 무척 불만인 표정이야. 






드디어 P군이 넘어온다는 소식에 터미널로 마중 나갔지. 오후 늦게 도착한 P군을 며칠 만에 보니까 왜 이리 반가운지. 난 조금 일찍 왔다고 아주 신나서 동네 지리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해줬지.

하지만 또 미리 떠나는 자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내일 치앙마이로 떠나는 나는 이번 여행에서는 P군과의 만남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지.

하지만 따로 작별인사 따위는 하지 않았어. 남자들끼리는 그런 거 안 해. 


다음날 버스터미널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표를 끊고서 이른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어.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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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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